2023년 회고 (우아한테크코스, 내게 남은 키워드, 취업)
많은 일들이 있었던 만큼 회고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마무리하고자 한다.
길고 장황하고 너무 솔직한가 싶기도 하다. 그치만 더는 미룰 수 없다.
2023년의 목표
새로운 한 해마다, 목표는 최대한 단순하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편이었다.
매일 해야 할일들을 잔뜩 나열하는 편이기에, 오히려 한 해 목표는 꼭 이루고 싶은 것만, 장황하지 않게 가져가는 편이 오히려 뭐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산뜻한 시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23년을 시작하며 적었던 그 단순한 목표는 두 개였더라. 취업하기와 건강 유지하기.
첫 번째, 취업으로는 가장 원하던 목표를 이루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그 다음 두 번째 목표였던 건강 유지하기는, “졌지만 잘 싸웠다” 정도로 이루었다. “졌지만”이 포인트이긴 하다. ㅎㅎ ㅜㅜ 자꾸만 건강을 후순위로 두고 몰두하게 되는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아한테크코스와 함께한 한 해
2022년은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해 나 혼자서 ‘개발이 뭔지’ 추측해나가는 한 해였다. 작은 국비 학원의 6개월 교육 과정으로 처음 자바와 스프링을 접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기술이 왜 필요한지 전혀 모르는 채로 그저 재밌고 잘 하고 싶어서 무작정 계속했다. 즐거웠지만, 내가 무얼 하고 있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막막했다. 나 자신을 ‘개발자’라고 인지하기에는 어려웠다.
국비 학원에서는 비슷한 고민과 목표를 공유할 동료를 만나지 못했고, 어쩌면 좀 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운좋게 우아한테크코스를 알게 되었다. 합격은 기대 않고 경험삼아 프리코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프리코스를 하면서, 또 프리코스 이후 코드리뷰 스터디를 하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2023년은 집밖으로 나와, 외부 세상과 관계맺으며 여전히 부족할지언정 ‘개발자’로 첫 발걸음을 내딛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개발하는지 보고 배우며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피드백을 얻고 개선하는 일을 반복할 수 있었다. 페어 프로그래밍, 코드 리뷰, 테코톡 등등 피드백과 성장을 반복할 수 있는 장치가 무척 많았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싶어졌다. 게다가 잘 하고, 열정적이고, 즐겁게 개발하는 이들로 가득한 공간이다보니 숨쉬듯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에서는 그저 코드를 쳐보고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좋은 서비스를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민할 수도 있었다.
우아한테크코스였기에 이런 일들을 자연스럽게, 쉽게 경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리코스를 시작한 것, 그리고 5기로 함께 할 수 있게 된 순간 그 자체가 내 진로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 좋았던 점
- 개발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좋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방향성에는 ‘함께 자라기’의 중요성도 포함되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확신을 가지는 것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과 신뢰자본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어떤 환경에서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어떤 환경을 어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고, 이런 것들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 기술적인 성장으로, 많은 것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실제로 누군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보수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 좋았다.
- 여전히 기술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것,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새로운 걸 배우고 또 적용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필요하다면 다른 이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는 습관도 길렀다.
- 작년과 다르게 어떤 기술을 접근할 때 ‘왜 이것이 필요한지, 왜 배워야하는지’, 또 내가 무엇을 모르며 어떤 것을 참고할 수 있는지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 아쉬운 점
- 나는 내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험을 많이 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대체로 적은 인원의 공동체에서의 이야기였다. (최대 6년을 함께 지내던 대안학교, 인원이 적고 개인주의 성향이 있는 예대 학과, 아뜰리에 건축 사무소) 새로운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과 개방된 공간에서 함께 하는 데 적응하기 위한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
-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같이 뭔갈 함께 하거나, 시간이 많이 필요한 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사회성, 소프트스킬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는데, 결론은 억지로 나를 바꾸기보다는 나답게, 자연스럽게 지내자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조금 더 도전을 해보아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 많은 사람과 인연을 깊게 하진 못한 것 같아,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놓친 것 같아 아쉽다. 우테코라는 연을 기점으로 앞으로도 좋은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 컨디션, 건강 관리는 중반부터 사실상 실패했다. 아침 일찍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내게 잘 맞는다는 걸 알아서, 초반에는 1-2시간 씩 일찍 나오는 생활을 잘 유지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할 일이 너무 많거나 집에 와서 몰두하고 싶은 문제가 생길 때, “일단 자자”고 끊어내는 걸 잘 못해서 다시 야행성으로 돌아왔다. 운동을 안하니 체력적인 한계도 점점 느껴졌다. 컨디션이 안좋으면 능률도 떨어지고 다정하기도 힘들다는 걸 느꼈다. 정말로, 운동을 하자.
내게 남은 키워드
그외에 한 해를 보내며 내게 남은, 기록해두고 싶은 키워드들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 강점 혁명
앞서 말한 것처럼 우아한테크코스 초반에 ‘나’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다. 아니, 그걸 너무 ‘많이’ 했다.
처음 겪어보는 환경에서 잘 하고 싶다는 욕심과 어려움이 맞물려서 자꾸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상상하며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면담에서 코치 리사가 추천해주신 강점 테스트, Strengths Finder였다. 해당 테스트와, 관련 내용을 풀어 설명해주는 책을 읽고 나의 단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하자는 관점을 얻어갈 수 있었다.
(유료 검사인데,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을 구매하면 테스트 코드 링크를 준다. 책의 내용은 테스트 해설지와 큰 차이가 없지만 테스트 비용 겸 구매하는 것도 괜찮은 듯)
그저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만 부추기는 자기계발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인데, 이 책은 아니었다. 실용적으로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도움을 주는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어떠한 심리 검사나 특성 검사도, 자기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 착각(?)일지라도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에 집중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나의 상위 테마 5개는 아래와 같다.
- 심사숙고 (Deliberative)
- 지적사고 (Intellection)
- 공정성 (Consistency)
- 복구 (Restorative)
- 분석 (Analytical)
내가 위 키워드에 모두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테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특성들로부터 기인하는, 평소에 느껴온 부족한 점은 동료들에게 미리 공유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해내려고 노력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내가 가진 단점에 집중하며 괴로워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팀 프로젝트에서 힘들 때에도, 또 내가 부족한 것 같아 자존감이 떨어질 때에도 좀 더 꼼꼼하게 고민해볼 부분이나, 챙겨가야할 것들을 챙기면서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 더 구체화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와는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장점을 파악하며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더 함께 즐겁게 잘 일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쪽팔리는 만큼 성장한다
내가 잘 실천했다기보다는 뇌리에 강하게 박힌 키워드이자, 2024년에 잊지 않았으면 하는 키워드이다.
쪽팔리는 거 정말 싫다.. 하지만 별 거 아닌 쪽팔림이 무서워서 덮어두면 후회만 남는다.
TIL도 쓰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던 내가 우테코에 들어온 뒤로 초반에는 괜히 블로그를 쓰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사실 누가 그렇게 관심이 있겠나 + 일단 뭐라도 조금이라도 기록하는 게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되더라.
팀 프로젝트로 ‘괜찮을지도’ 서비스를 만들 때에도, 빨리 사용자 피드백을 받으며 개발하고 싶었지만 괜히 부끄럽고 더 완성된 모습에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홍보가 미뤄지던 게 못내 아쉬웠다. 부족한 것 같고 쪽팔리더라도 빠른 피드백과 반영도 소중하니까.
건축 설계 일을 하면서도 느낀 건, ‘모르는 게 부끄럽지 않은 시기는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부끄럽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부끄럽지 않을 때이다. 개인적으로 친구들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건 부끄럽지 않지만, 중요한 자리에서는 경직되고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연차에 맞지 않게 부족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그때 그때 적절한 질문과 깨달음을 많이 만들어나가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싶다.
💬 스터디
그동안 아래와 같은 스터디들을 했다.
- 데이터베이스 스터디 (2023.09 ~)
- 강의를 통해 학습한 데이터베이스 기초 개념을 질답 형식으로 공유하는 스터디
- <Real MySQL 8.0>, youtube 쉬운코드 채널
- 네트워크 스터디 (2023.04 ~ 2023.10)
- 강의 및 책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요약하고, 서로 설명해주며 이해도를 높이는 스터디
- inflearn <외워서 끝내는 네트워크 핵심이론 - 기초>,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네트워크 원리>
- <좋은 코드, 나쁜 코드> 스터디 (2023.03 ~ 2023.04)
- <좋은 코드, 나쁜 코드>를 읽고 요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하는 스터디
혼자서는 막막하거나 미루게 되는 일들을 친구들과 함께 하면 추진력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스터디 역시 ‘우아한테크코스에 왔으니 해야지’라는 비장한 마음으로 하다보니, 부담감이 더 컸다. 하지만 갈 수록 맘 맞는 친구들과 함께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시간을 정해두고 알고리즘을 푸는 스터디나 면접 스터디도 필요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레벨4와 함께 공식적인 프로젝트 일정이 끝나면서, 레벨5는 본격 취업 준비 시즌이었다. 막막하고 쓸쓸한 시간이 걱정되었지만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는 게 실질적으로도, 또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함께 해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 신뢰 자본과 공감
레벨 3, 레벨4에는 감사하게도 나의 아이디어로 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
기획자 겸 팀장이 되었지만 사실 나는 리더보다는 팔로워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 남들을 ‘이끄는’ 팀장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는 팀원들 모두가 ‘내 서비스’라는 생각을 가지고 즐겁게 임할 수 있도록 모두의 생각을 녹여가며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나는 운 좋게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지만, 이 팀에 배정된 팀원들에게 이 아이디어는 랜덤으로 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혼자 답을 내리기보다는 함께 새로이 만들어 나가고자 했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었을 일들을 각자의 개성을 가진, 뛰어난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니 참 감사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하루종일, 그리고 집에 와서도 늘 프로젝트 생각뿐이었다.
회고라고 해서 포장할 생각은 없다. 재밌던 만큼, 몰두한 만큼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ㅎㅎㅎ 말도 생각도 느리고 목소리도 작고 고민이 많은 내가, 보다 텐션이 높고 유쾌하고 즉흥적인 팀원들과 적응하는 것도, 좋은 팀장이 되는 것도 어려웠다. 제법 터프한 성향이 두드러지는 우리 팀의 분위기는 간혹 살벌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함께 웃으며 회상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기도 했고, 팀원들과 함께 해나가는 법을 많이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정답’을 주장하는 것보다 신뢰 자본과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일의 진행 방식이나 방향성을 피력하기 어렵거나, 내 의견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게 어렵다고 느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먼저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문제 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먼저 조사해보고, 공유하고자 하는 문제 상황은 식사, 잡담이나 회고에서 터놓고 말하는 방식으로 신뢰와 공감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어느 집단에 속하든 마주할 수 있는 고충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부분은 앞으로 어디에서든 더 잘 해보고 싶다.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은 부분도 물론 있다. 팀 내에서 감정이 상하는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반대로 바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지쳐 회피한 적도 있다.
나는 무엇이든 ‘진솔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외적 요인을 의식하여 솔직하지 못하다면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솔함에는 때론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고, 내가 먼저 용기를 내도 누군가는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무척 주관적인, 나만의 기준이다. 게다가 언제나 누구에게나 솔직하기는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더, 보다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의 중요성을 느꼈다. 서로 다른 생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기에, 보다 섬세하게 접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죽 아쉬웠으면 이런 생각을 마지막 회고 때 공유하다가 팀원 중 유일하게 눈물을 보여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ㅎㅎ..! 그래도 끝까지 남은 작은 아쉬움까지도 같이 공유하고 풀고 싶었다.
여전히 답을 모르겠는 부분도 있다. 미숙한 부분이 참 많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어느새 혼자가 제일 편해졌던 내가, 다시 어떻게 하면 더 ‘함께 자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시도하고, 부딪혀보는 것만으로도 큰 성장 아닐까?
💬 취업
빼먹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폭풍같은 레벨3, 레벨4가 지나가고 레벨5에서 본격적인 취업 준비 시간을 가졌다. 취준 내용은 따로 주제를 잡고 글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테크코스 수료생 채용 전형에 합격하여 다음주부터 출근 예정이다.
여러곳에 지원을 하였지만 우아한형제들에서 첫 면접, 첫 회사로 입사하게 되었다.
뛰어난 분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을까 막연했던 기억들로 가득한데, 너무 감사하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지원한 다른 몇 기업들에 서류 합격을 받았다. 이 역시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이후의 채용 과정은 포기하는 것으로 회신을 드렸다. 너무 좋은, 그리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기업들이기에 인터뷰라는 소중한 기회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 입사 확정을 지은 시점에 연락을 받았고, 반면 해당 채용 일정의 소요 기간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우선순위 중 1순위는 우아한형제들이었기에, 이미 입사 확정을 지은 상태에서(보류나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도 확정인 상태) 채용 과정에 응하는 것은 양측에 모두 실례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개발업계에서는 그렇게 예민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ㅎㅎ 면접 경험을 더 많이 해봐도 좋았을텐데. 그래도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우아한테크코스 과정을 지내며 간접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의 개발문화에 대해 엿보고, 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업무와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처우와 복지 뿐만 아니라 TF를 꾸릴 정도로 일 문화에 진심이고, DR 활동을 중요시하는 점도 좋았다. 우아한테크세미나에서 공간 데이터를 다루는 내용을 흥미롭게, 또 동경의 마음으로 보았었는데, 관련 팀에 합류하게 되어 설레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된다.
우테코 수료식 이후 최종 결과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 내내 너무 긴장되어 아무것도 못하고 보냈던 것 같다. 발표가 난 이후에는 또 긴장이 풀려서, 침대에 녹아있었다. 그래도 출근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있어서 부족한 공부도 하고, 입사 준비도 하고,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못간 여행도 가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이제 일주일도 안 남은 지금.. 놀기로 한 것들은 착실히 수행했는데, 공부하려고 한 걸 생각보다 많이 못한 듯. ㅠㅠ 하지만 10개월간 달렸으니 충분히 쉰 건 잘 한 일 같다.
그래도 DB 스터디에서 인덱스 공부 하고, 스프링 배치 공부하고, 못봤던 세미나 영상도 보고 그랬다. 남은 몇일 동안은 다시 좀 얌전하게 공부하면서 입사 준비를 하려고 한다.
너무 떨린다.
2024년의 목표
올해의 목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써볼까 싶다. 과연 다 지킬 수 있을까?
그래도 적어놓으면 종종 생각나지 않을까.
욕심을 가지면 꼭 체하기 마련이던데, 그래도 올해는 적당히 잘 조절해가며 욕심내보고 싶다.
회사 적응 잘 하기
- 편한 인상 만들기
- action: 인사 잘 하기 (… 인사를 일부러 안하는 건 아닌데, 가끔 이런 의식적인 부분을 놓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 공부하는 습관을 잃지 말기
- action: 기술부채 메모하기
- 능동적으로 사고하기, 질문을 잘 하기
- action: 업무 일지 기록하기
건강 지키기
- 컨디션이 안좋으면 사람을 대하는 것도, 머리를 쓰는 것도 더 힘들어진다.
- action: 일단 1월 헬스 끊은거 주 최소 2회 이상 가기.
- 집중할 땐 집중하고, 쉴 때는 쉬자.
- action: 할 일은 침대 말고 컴퓨터에서만 하기.
- action: 2시 전에 자고 대신 일찍 일어나기.
기타
- 월간 회고하기 (블로그에 올리지 않아도, private으로라도)
-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알기
전체적으로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고 그 힘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고 싶다.
힘이 없으면 냉소적이기 쉽다는 걸 명심하기. 나도, 남도 미워하는 마음 없이 잘 해나가기.
잘 할 수 있을까? 많이 힘들진 않을까? 자주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럴 땐 ‘못 먹어도 GO’라며 개발 공부를 시작했던 때의 나를 떠올리자. 그리고 지금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환경과 동료들이 많다는 것도..
참, 최근에 Kent Beck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훌륭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나는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아니다, 그냥 훌륭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좋은 프로그래머이다.
아자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