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회고

[레벨3] 레벨3이 끝날 때까지 회고 기록을 회피해온 건에 대하여

d02 2023. 8. 30. 23:31



우아한테크코스 레벨 3을 시작하며 남겼던, 제법 장황한 1주차 회고 이후로 그간 한 줄의 회고도 블로그에 올리지 않았다.

회고 활동을 하지 않은 건 또 아니다. 전혀.

 

지난 2개월 간, 팀 문화에 따라 2주마다 데모데이를 마치고나면 늘 팀원들과 회고를 하며 다음 단계를 도모했다.

레벨3가 끝난 뒤 팀 회고 활동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과, 배운 점/좋았던 점/개선할 점을 개인/팀에 대해 되돌아보았고
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기적으로 회고를 할 때마다 다른 동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개선할 점, 팀에서 다음 단계에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 또한, 일상 속에 참 많았다.

 

 

회고를 못 쓰겠다

그런데 외부적인 동기(팀 문화나 교육과정 상 필수로 요구되는 활동) 없이는 글로써 나의 회고를 표현하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물론 프로젝트 진행에 매진하여 바빴던 것도, 회고 작성과 같이 개인적인 일들이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서 그런 것도 사실이다.

열흘 간 주어진 방학 동안, 악화된 아토피 때문에 처방받은 면역억제제가 상당히 졸려서 몇일은 잠만 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단순히 시간 문제라기엔 좀 달랐다.

정리하고 싶은 생각들, 경험들은 많았다.

그런데 그것을 '나 자신'을 내세워서, 회고라는 제목을 붙여 글로 적는 일이 유독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 순간'. 아니면 적어도 지금 가장 가까운 순간에 남기는 기록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하다보면 무의식에 담겨있는 새로운 생각이 끄집어지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자기 성찰과 성장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레벨3 이전의 나는 조금 늦었더라도 회고를 기록으로 남겨왔고, 그런 나의 방식을 좋아했다.

그런데 왜, 회피하고 싶을까?

 

 

감정부터 되돌아보자

가장 궁극적인 이유로 말하자면, 나는 회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감정 회고에는 미숙했다.
감정 회고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팀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나 혼자서는 훨씬 힘겨웠을 많은 것들을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 좋았다.

뛰어난 동료들로부터 남몰래 배워가는 것도 많았다.

그렇지만 진정한 협업을 추구하며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자꾸 어떤 이상적인 협업의 그림을 상상하다 보니, 나의 미숙함만 눈에 밟혔다.
그로 인해 생기는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냥 부끄러운 것으로만 치부했다.

그러니 자꾸 지난 기억들을 회피하고 싶어졌던 거다.

 

 

나도 나를 신뢰하지 못하면

쉽게 자책하고, 그러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꼭 몸도 아프다.
그럴 수록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수가 늘었다.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꼼꼼함이 거짓이 되는 것 같았다.

이런 감정들은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했다.

그보다는 팀에서 어떤 시도를 하면 도움이 될까, 나는 어떤 걸 개선해야 할까 고민하며 해결 방법을 찾는데 급급했다. 

그 일환으로 사소하지만 팀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방향에 대해 제시하곤 했다.
모두 공감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미지근한 반응 뿐인 제안도 있었다.

분명, 더 즐겁고 좋은 협업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였지만, 자신감 없는 태도로 그런 제안을 하면 의도가 잘 전달이 될까? 설득이 될까?

나도 나를 신뢰하지 못하면, 누가 나를 신뢰해줄까? 확신이 없다면 위축될 게 아니라, 확신할 만한 근거를 만드는 게 나을 것이다.

(게다가 분명히 내가 잘 해낼 때도 있을텐데!)

 

 

 

나의 부족함은 건강하게 인정하자

나는 늘 내가 모르는 것, 내가 한 실수가 부끄럽지 않았다.
나 자신이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이제 배워가는 과정이라면.
잘못 알고 있었다면 빠르게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쉽게 무시받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모른다'는 말을 할 줄 아는 건, 그만큼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중심을 잃고 마냥 나 자신을 위축시키고 있었다.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모르면서 노력하지 않는 게 문제다.

그런데 위축되면 '잘' 노력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니까 다시, 나의 부족함을 건강하게 인정한다면 분명히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반대로 아는 것에 대해서는 더 자신감을 가지자.

또, 이를 위해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료의 생각과 감정에도 더 관심을 가져보자.

 

 

내가 왜 회고를 못쓰겠는지 파악하다보니 부정적인 감정 위주로 쓴 것이지, 당연히 좋았던 점이나 배웠던 점도 참 많았다.

이 부분은 별개의 회고로 작성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이제는 회피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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